논란이 많다는 말을 주변에서 하도 들어서, 솔직히 큰 기대 없이 극장에 앉았습니다.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호프'는 한국 영화가 본격적인 크리처 블록버스터 장르에 처음 도전한 작품입니다. 반신반의하며 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몰입감 — 화면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느낌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한적한 시골 마을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고, 쓰러진 시체가 발견됩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현장에는 사람 손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손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처음 듣는 포효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저는 의자 등받이에서 등이 떨어졌습니다.'호프'가 기존 크리처물과 가장 크게 다른 지점은 1인칭 시점(POV 방식)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POV 촬영이란 관객이 카메라의 눈..
계유정난(1453년, 수양대군이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일으킨 쿠데타)으로 왕위를 빼앗긴 단종의 유배 4개월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가 있습니다. 장항준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 연출작 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뒤늦게 봤는데, 보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솔직히 제대로 앉아 있기가 힘들었습니다.역사적 배경 — 사실과 상상력이 교차하는 지점역사 영화는 으레 거대한 정치극에 집중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는 그 반대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배경으로만 깔리고, 카메라는 권력의 중심이 아닌 변방인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향합니다.여기서 계유정난이란 1453년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 고명대신을 살해하고 정권을 장악한 쿠데타를 말합니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결과로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청..